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이 현재 시장을 '슈퍼버블'로 평가하면서 인공지능(AI) 열풍도 결국 그 붕괴를 막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스턴 소재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창업자인 그랜섬은 현재 시장 환경을 미국에서 지난 100년간 네 번째 슈퍼버블의 '최종장'(the final act)이라고 평가했다.
대공황 직전인 1929년, 닷컴버블이 극에 달했던 1990년대 후반,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심했던 2006년이 이전 세 차례 슈퍼버블이었다고 그랜섬은 전했다.
그는 WSJ에 "우리는 매우 복잡하지만 꽤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슈퍼버블에 직면했다"면서 "버블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상당히 좁은 분야에서 튀어오른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버블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버블랜드"로 만든 것은 미 중앙은행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과도한 부양 정책이라고 그랜섬은 지적했다. 그랜섬은 최소 2015년부터 증시에 거품이 꼈다는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해왔다.
지난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큰 폭의 조정을 거친 뉴욕증시는 올해 들어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과 AI 붐이 세상을 바꿀 것이란 희망이 부풀면서 급반등하는 추세다. 상반기 나스닥 지수는 32% 치솟아 40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이러한 AI 열풍은 앞으로 두어 분기 더 증시 전반을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그랜섬은 진단했다.
그러나 그랜섬은 AI 열기도 결국은 버블의 붕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GMO의 펀드매니저들은 3년 전부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급등한 성장주를 버리고 저평가 가치주를 매수하는 '반대 투자'에 주력한다고 WSJ은 보도했다.
이 회사는 채권 투자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이 저평가돼 있다며 다른 운용사들과 반대로 CBMS를 매수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GMO의 대표 펀드는 2003년 출시 이후 연평균 6.3%의 수익률로 같은 기간 S&P 500 지수 상승률(9.9%)을 밑돌았다. 다수 고객의 이탈로 이 회사가 운용하는 자산은 10년 전(1천24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80억달러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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