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혼조로 마감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여전히 증시에 남아 있지만 지난주 랠리에 따른 피로감에 기술주는 대부분 하락했다. 반면 우량주 위주의 다우지수는 장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26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5.44포인트(0.16%) 오른 41,240.5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7.77포인트(0.32%) 내린 5,616.84,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52.03포인트(0.85%) 밀린 17,725.77에 장을 마쳤다.
전반적으로 조정 분위기가 짙었다.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긴 했으나 이내 오름폭을 줄이며 피로감을 드러냈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피벗(기조 전환) 선언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증시에 상승 탄력을 제공했다. 하지만 8월 초 급락 이후 급반등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에 피벗 선언을 차익 실현 기회로 삼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이날 시장을 움직일 만한 재료는 별달리 나오지 않았다.
미국 7월 내구재 수주가 예상치를 웃돌며 깜짝 증가했지만, 세부 수치는 부진한 부분도 있어 혼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지난 7월 내구재 수주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보다 9.9% 증가한 2천896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4.0% 증가였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2.25% 하락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매도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초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그래픽칩(GPU) '블랙웰'이 내년 1분기로 출시가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온 만큼 이번 실적은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이날 엔비디아가 "연말에 차질 없이 블랙웰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구심은 아직 남아 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분석가는 "엔비디아 실적에 대해 기술 업종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다고 본다"며 "시장은 꽤 건강한 상태지만 기술 업종의 상승세가 둔화하면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외에 브로드컴(-4.05%)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3.83%), AMD(-3.22%) 등 다른 반도체 종목도 이날 낙폭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51% 급락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테무의 모기업 PDD(ADR)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29% 폭락했다.
트레이딩 플랫폼 트레이드스테이션의 글로벌 시장 전략 총책 데이비드 러셀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이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달 초 기록한 최저치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S&P500이 더 오를 것이라는 투자은행 전망도 나왔다.
UBS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성장 스토리, 기업들의 견실한 수익 성장 등이 건설적인 여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S&P500지수가 연말까지 5,900선에 닿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가 1% 넘게 올랐고 기술은 1% 넘게 떨어졌다. 나머지 업종은 보합권에서 큰 폭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25bp 인하 확률을 71.5%로 반영하고 있다. 전장 대비 소폭 올랐다. 그만큼 50bp 인하 확률은 더 낮게 반영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29포인트(1.83%) 오른 16.15를 기록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3% 넘게 급등했다. 지난 주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대규모 화력 교전을 펼쳤다는 소식에 원유 공급 불안감이 확산됐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59달러(3.46%) 급등한 배럴당 77.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41달러(3.05%) 튀어 오른 배럴당 81.43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유가가 강하게 상방 압력을 받았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주말 간 무력 공방을 벌였다.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징후를 먼저 포착한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선제 타격했고 헤즈볼라도 곧바로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 320발을 쏟아부었다.
이같은 교전으로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왔다. 중동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핵심축인 이란마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펼치면 공급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다만 이란 측은 확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긴장 완화를 시도했다.
이란 신임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이날 밤 엑스(X) 계정에 올린 글에서 "테헤란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테러 공격(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대해 이란은 확실히 대응할 것"이라며 "이는 잘 측정되고 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확전(escalation)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스라엘과 달리 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여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도 관련국들이 확전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리서치회사 BMI의 세드릭 체하브 글로벌 리스크 총괄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억지력이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 충돌이 더 큰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지만 여전히 긴장이 완화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유가 상승 재료였다.
리비아 동부 지역인 뱅가지의 정부는 지난 25일 모든 유전을 폐쇄하고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생산과 수출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리비아 내 정치적 알력 다툼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유전 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국가안정정부(GNS)와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해 서부를 통치하는 통합정부(GNU)는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의 거취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K플러의 맷 스미스 미주 수석 원유 분석가는 "리비아는 하루 1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세계 시장에 하루 100만배럴 이상 수출한다"며 "리비아의 산유 중단 조치를 시장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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