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는 비트코인 가격 조작, 불충분한 예치금 등 구설수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그러나 암호자산 트레이딩 및 변동성 헤지(위험회피) 목적 이외에 실생활에서 쓰이는 용도가 없다는 점이 한계이다. 게다가 규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됨에 따라 NYAG(뉴욕 검찰총장실, New York Attorney General)이 테더(Tether)-비트파이넥스(Bitfinex)를 집요하게 조사하고 있다.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테더는 페그된 법정화폐를 위안화로 바꿀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이 역시 중국이 용인할 지 의문이다.
테더처럼 법정화폐에 페그되어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 주류일 당시, 2017년 출시된 메이커다오(MakerDAO)는 여타 스테이블 코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더리움(ETH)에 기반한 메이커다오는 거버넌스 의사결정 및 안정화 수수료에 사용되는 ‘메이커(MKR)’와 1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로 구성된다. 사용자는 CDP(Collateralized Debt Position)를 통해 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기고 다이를 발행할 수 있다. 다이는 헤징, 대출, 레버리지, 국제 송금 등에 활용되고 사용자가 다이를 갚은 뒤 담보를 돌려받으면 계약이 청산된다. 이 과정은 탈중앙화된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에 의해 구현된다. 메이커다오는 탈중앙화금융(DeFi) 생태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스테이블 코인 흐름에 동참했다. JP 모건은 기관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JPM 코인(달러에 페그)을 출시했고, 페이스북은 자사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리브라(Libra·단기 국고채, 주요 법정 화폐 바스켓으로 이루어진 안전자산에 페그) 백서를 발표했다. 대형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도 최근 자체 스테이블 코인 비너스(Venus·다수의 법정화폐에 페그)를 발표하며 저변을 암호자산 생태계에서 실생활로 넓히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이커머스기업 티켓몬스터 창업자가 이끄는 테라(알고리즘방식)가 결제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출시되었다. 여태까지는 주로 암호자산 트레이딩 목적으로만 쓰였던 스테이블 코인이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될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국가가 발행하는 CBDC(Chinese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央行数字货币) 역시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은 CBDC의 전망에 대해 낙관하며 다가올 디지털 화폐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014년부터 CBDC의 잠재력에 대해 연구해 온 중국은 최근 CBDC 출시가 준비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란은행 총재는 ‘국제적 통화 금융 체계에서 통화 정책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화폐의 잠재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CBDC 네트워크로 이뤄진 합성패권통화(SHC, Synthetic Hegemonic Currency) 개념을 주창했다.
물론 스테이블 코인이 극복해야할 문제는 많다. 일단 규제가 가장 큰 장벽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민간 기업이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을 흉내내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가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민간 기업을 철저히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불투명한 거버넌스 이슈 역시 빠질 수 없다. 스테이블 코인은 원칙적으로 페그된 화폐 및 자산과 1:1로 교환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스테이블 코인이 페그된 법정화폐 혹은 자산과 가격 괴리가 생길 경우, 가치가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의 특징 역시 무색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차차 극복된 후에야 비로소 스테이블 코인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릴 순 있겠지만, 스테이블 코인의 진화가 ‘디지털머니’ 혁신의 촉매제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글·체인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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