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동반 상승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며 둔화 흐름을 보였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1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42.75포인트(0.61%) 오른 40,008.3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0.78포인트(0.38%) 상승한 5,455.21,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99포인트(0.03%) 뛴 17,192.60에 장을 마쳤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며 약 3년 반 만에 가장 둔화한 모습을 보이자 매수 심리가 이어졌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CPI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둔화한 수치다. 7월 CPI는 시장 예상치 3.0% 상승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마찬가지로 예상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모두 월가의 예상에 부합했다. 7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전년 대비 상승률이 2%대로 진입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연준의 9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다만 일부 끈적한 영역은 점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남고 있다.
7월 주거비 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로는 5.1% 상승했다. 이는 전월의 월간 상승률(0.2%↑)보다 두 배가량 가팔라진 수치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가장 큰 요소로 CPI 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시장의 무게추는 9월 25bp 금리인하로 크게 기우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7월 CPI 발표 후 9월에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을 64.5%까지 올려서 반영했다. 반면 50bp 인하 확률은 35.5%로 전일 마감 무렵 대비 1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모건스탠리 산하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트레이딩 부문 총괄은 "전날 나온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만큼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예상대로 나왔기 때문에 7월 CPI도 배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 관건은 연준의 9월 금리인하 폭"이라고 말했다.
라킨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까지 5주간 대부분의 지표가 경기침체를 가리킨다면 연준은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 생각에 7월 CPI는 스트라이크 존 바로 아래에 꽂혔다"며 "주거 문제를 제외하면 우리는 연준의 목표치에 도달했고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기업 중에선 구글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검색 시장 반독점 소송에서 패하면서 기업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에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주가가 2% 넘게 떨어졌다. 장 중 하락률은 4%에 육박하기도 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와 웹브라우저인 크롬 사업을 강제로 떼어내거나 광고 서비스업체인 애드워즈의 강제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업 해체를 포함한 법무부의 시장 경쟁 제고 방안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구글이 항소한다고 밝힌 만큼 최종 결론까지는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감자칩 프링글스를 만드는 제과업체 켈라노바 주가는 이날 7% 넘게 뛰었다. 세계 최대 제과 기업 마스 리글리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마스 리글리는 켈라노바 주식을 주당 83.50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총 360억달러 규모다.
UBS는 지난 2분기에 시장 예상치(5억5천240만 달러)의 2배에 달하는 11억3천600달러의 순이익을 내면서 주가가 6% 가까이 올랐다.
은행주 전반적으로도 투자심리가 개선돼 JP모건체이스는 1.11%, 뱅크오브아메리카는 0.91%, 모건스탠리는 2.82%, 골드만삭스도 1.37% 주가가 올랐다.
항공우주 및 방위기술 기업 머큐리시스템은 2분기 호실적으로 17% 넘게 급등했다. 2009년 4월 이후로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리건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스카일러 와이넌드는 미국 증시가 올해 남은 기간 계속 호황을 누리면서 5%의 추가 수익을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소비지출과 기업의 대차대조표가 매우 강하다"고 분석했다.
UBS는 "최근 증시가 반등하고 PPI 지표도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확실히 보여줬다'며 "투자자들은 변동성 기간에 과잉 반응하는 것을 멈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이 1% 이상 올랐다. 임의소비재와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유틸리티는 하락했고 나머지 업종은 1% 미만의 상승률을 보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93포인트(10.65%) 하락한 16.19를 기록했다.
한편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의 CPI 상승률 둔화 소식에도 3%가량 하락세를 나타내며 6만 달러를 하회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한국시간) 오전 8시 4분 현재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58,998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24시간 전 대비 2.60% 하락한 가격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8월 13일과 14일 사이에 5% 상승하며 61,791달러까지 도달했지만, 두 시간도 채 안 돼 58,914달러로 급락했다.
이 급락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발생했으며,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비트코인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매체는 "비트코인 ETF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크로 경제 상황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CPI가 지난 12개월 동안 2.9% 상승했지만,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2024년 동안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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