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암호화폐 감독 체계를 사실상 새 판으로 갈아엎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유럽증권시장국(ESMA)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버금가는 권한을 넘기려는 대대적 개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2월 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암호자산서비스제공자 전반을 ESMA가 직접 감독하는 내용을 포함한 입법 패키지를 공식 발의했다. 기존에는 암호자산시장규제(MiCA)에 따라 회원국 규제당국이 인가를 맡았지만, 집행위는 분절된 감독 체계를 그대로 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홉 달 전 발표된 ‘저축·투자 연합 전략’에서 예고됐던 통합 감독 구상이 빠르게 법안으로 구체화됐다.
핵심은 국경을 넘나드는 암호화폐 기업을 ESMA가 직접 인가하는 체계다. 지금까지는 한 국가에서 승인받으면 EU 전역에서 영업이 가능했지만, 감독 강도와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이를 단일 감독 체계로 묶겠다는 의도다. ESMA는 대형 거래 venue와 중앙청산소, 중앙예탁기관까지 감독 범위를 넓히게 되며, 집행위는 ‘범유럽시장운영자’ 지위를 신설해 기업 구조를 한 번의 인가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분산원장기술(DLT) 파일럿 규정도 다듬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의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된다.
회원국 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는 프랑스은행 총재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 갈로(François Villeroy de Galhau)가 현행 여권제도가 “감독 사각지대를 만든다”며 중앙집중형 감독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집행위의 방향을 지지했다. 그동안 반대 기류였던 독일도 최근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고,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미국 시장과의 경쟁을 거론하며 감독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룩셈부르크는 “비용만 늘리는 비효율적 모델”이라고 선을 그었고, 몰타 금융감독청은 “규제 중앙화는 EU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의 시선도 복잡하다. MiCA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인데, 규정을 다시 여는 것 자체가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포유럽 사무총장 로버트 코피치(Robert Kopitsch)는 “지금 MiCA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인가 절차 지연과 법적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집행위는 분절된 규제가 국경 간 거래 비용을 높이고, 특히 스타트업의 확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의회와 이사회는 앞으로 협상을 거쳐 패키지의 세부안을 조율하게 된다. 2026년 5월까지 입법틀 합의가 목표로 제시됐으며, ESMA는 같은 해부터 주식·채권 가격 통합감독과 ESG 평가에 더해 암호화폐까지 감독 범위를 넓힐 전망이다. 유럽이 자본시장 통합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ESMA로 향하는 권한 집중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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