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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택시 공개보다 트럼프 유세에서 더 신났던 머스크...테슬라 투자자들 '불안'

남현우 기자 | 기사입력 2024/10/13 [08:40]

로보택시 공개보다 트럼프 유세에서 더 신났던 머스크...테슬라 투자자들 '불안'

남현우 기자 | 입력 : 2024/10/13 [08:40]

▲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유세장에서 점프하는 일론 머스크


세계 최고 부자이자 엑스(X·옛 트위터) 팔로워 2억명을 거느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는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특히 그의 말과 행동이 종종 테슬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근래 들어 사업과 정치를 넘나드는 그의 분주한 행보는 많은 투자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머스크는 10여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를 만들고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크게 뒤흔든 인물이다. 많은 투자자가 그의 비범함을 믿고 테슬라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은 각별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보관액은 총 137억8천만달러(약 18조6천억원)로, 전체 주식 종목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국내 테슬라 주식 보관액(118억7천만달러)은 인공지능(AI) 칩 대장주 엔비디아에 이어 2위였는데, 몇 달 만에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4월 22일(이하 미국시간) 장중 138.80달러로 52주 신저가를 썼다가 이달 8일까지 5개월여간 약 70% 오르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특히 주가가 바닥을 친 지난 4월 하순부터 머스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를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꼽으며 장밋빛 미래를 거듭 제시한 것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게다가 테슬라는 기존에 라이다(LiDAR) 등 여러 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로지 인공지능(AI) 훈련을 통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로보택시 사업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AI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목받았다.

 

특히 머스크가 그간 개발한 로보택시 시제품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뒤 테슬라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 지난 10일 머스크가 로보택시 행사 '위, 로봇'(We, Robot)에서 보여준 내용은 월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머스크는 이 행사에서 '사이버캡'(CyberCab)이라는 이름의 로보택시 시제품을 선보이며 "아마도" 2026년에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지만, 향후 사업 계획이나 규제 문제 해결 방안, 수익 전망 등 투자자들이 기대한 주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테슬라 주가는 다음 날 하루 동안 8.8%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670억달러(약 90조6천억원) 증발했다.

 

10일 로보택시 공개 행사는 40분가량 진행됐는데, 이 가운데 머스크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한 시간은 약 20분에 불과했다.

 

내용의 빈약함을 의식한 듯 머스크는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고조된 모습도 아니었다.

 

이런 모습은 머스크가 불과 닷새 전인 지난 5일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에서 지원 연설을 했을 때와 비교됐다.

 

당시 머스크는 검은색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연단에 올라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리고 배꼽이 보일 만큼 펄쩍펄쩍 점프하며 유난히 흥분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헌법과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야만 한다. 여러분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유권자 등록 및 투표를 독려해달라"며 "이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여러 차례 거듭 강조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최근 머스크는 자신이 만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원 슈퍼팩(super PAC·개인별 기부 금액에 한도가 없는 정치자금 모금단체)을 활용해 '현금 지급'을 내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트럼프 쪽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전기차를 배척해온 트럼프와 공화당이 테슬라에 제도적인 혜택을 얼마나 줄지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11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자율주행차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자율주행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며 자율주행차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미국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 점을 기억하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자율주행차를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자율주행차에 관한 그의 다른 발언이 중국산 자율주행차만을 지목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접전하는 형국인 가운데, 만약 선거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테슬라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주가를 밀어 올린 이벤트가 끝나고 '리스크' 요인이 주로 남게 되면서 테슬라에 대한 투자 심리는 전보다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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