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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불사한 트럼프에 美증시 녹다운…나스닥 4% 폭락 마감

박소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3/11 [06:25]

경기침체 불사한 트럼프에 美증시 녹다운…나스닥 4% 폭락 마감

박소현 기자 | 입력 : 2025/03/1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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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녹다운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개별 종목보단 시장 자체를 투매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1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 마감 무렵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90.01포인트(2.08%) 급락한 41,911.71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55.64포인트(2.70%) 주저앉은 5,614.56, 나스닥종합지수는 727.90포인트(4.00%) 폭락한 17,468.32에 장을 마쳤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무너져 내린 가운데 기술과 통신서비스, 임의소비재, 금융 업종의 낙폭이 특히 컸다.

 

나스닥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8천선이 무너졌다. 나스닥의 하루 낙폭이 4% 이상인 경우는 지난 2022년 9월 13일의 -5.16%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가 미국 경기침체를 불사하고도 고율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점이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를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라며 "일정한 과도기적 시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최근 주가지수의 조정폭에 대해 "공정하게 말하면 '많이'는 아니다"라며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고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엄청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증시에 강펀치를 날렸다.

 

증시에선 최근 조정으로 트럼프가 이른바 '트럼프 풋' 형식의 부양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던 터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강공 일변도를 천명하면서 일단 시장을 탈출하고 보겠다는 심리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테미스트레이딩의 조 살루치 창업자는 "시장은 이미 현시점에 경기침체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현시점에서 문제는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올해 2~3회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지표가 나오기 시작하면 아마 더 활발하고 빠른 금리인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버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 하락을 괜찮게 여기고 더 광범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침체도 괜찮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월가에 큰 경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1.7%로 대폭 낮췄다.

 

골드만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 노트에서 "우리의 무역 정책 가정이 상당히 비관적으로 바뀌었고 정부가 관세 부과에 따른 단기적 성장 둔화를 예고했다"며 관세 인상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고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며 기업들의 투자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집권 초기에 일종의 '빅 배스(big bath·위험 요인 일시 제거)'를 단행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P500 지수는 지난 2년간 53%나 상승했다. 그만큼 주가 조정의 위험도 누적됐기 때문에 집권 초기 경기둔화를 유도해 주가 리스크를 덜고 가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우리는 현재 인위적인 조정의 와중에 있다"며 "인위적인 조정이라고 하는 이유는 새로운 행정부의 관세 정책, 또는 적어도 관세 위협에 대한 대응과 그것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대응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기술이 4.34% 폭락했고 통신서비스와 임의소비재도 3% 이상 급락했다. 금융과 소재도 2% 넘게 떨어졌다. 반면, 경기방어주 성격의 유틸리티는 1% 이상 올랐고 에너지도 1% 가까이 상승했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M7)'도 모두 가파르게 꺾였다.

 

그중 테슬라는 15.43% 폭락하며 약 5년래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이날 하락으로 작년 11월 5일 미국 대선 이후 기록한 상승분도 모조리 반납하며 오히려 밑돌게 됐다.

 

UBS는 이날 투자보고서에서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주당 22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목표가는 259달러였다.

 

애플과 엔비디아, 메타플랫폼스, 알파벳도 5% 안팎으로 떨어졌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닷컴도 3%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경기방어주 성격이 강한 은행주도 무더기로 하락을 맛봤다. 경기둔화 시기에 실적이 악화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 안팎으로 밀렸고 웰스파고는 6% 이상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6.37%, 골드만삭스는 5% 내려앉았다.

 

극도의 위험회피 심리 확산으로 비트코인도 7만8천달러선까지 후퇴하면서 관련주도 된서리를 맞았다. 코인베이스는 이날 17.58% 폭락했다.

 

트럼프가 경기둔화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여파로 금리인하 기대감은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될 확률은 38.1%까지 뛰었다. 전날 마감 무렵은 25.9%였다.

 

1년 후에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미국 소비자의 비율은 1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지난 2월 소비자기대 설문(SCE)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재정 상황이 다소 또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7.4%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11월의 28.7%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4.49포인트(19.22%) 뛴 27.86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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