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서 알래스카 가스까지 美 요구 구체화…관세협상 7월 고비 새정부 출범 후 협상 급물살…최고위급 '전략 결단' 시점 다가와 '트럼프 관심' 알래스카 LNG '초청 압박'…7월 8일 '데드라인' 일단 연장 관측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된 한미 고위급 관세 협상에서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부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 프로젝트 참여까지 미국 측의 다양한 요구가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시한이 7월 8일로 다가오면서 새 정부 출범 후 가속도가 붙은 한미 관세 협상이 내달 '전략적 결단'을 수반하는 중대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22∼27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워싱턴 DC 방문 기간 진행된 한미 각료급 협의와 3차 실무 기술협의(technical discussions) 과정에서 미국 측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구글 정밀 지도 반출 등에 이르는 요구를 이전 기술협의보다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앞선 1∼2차 실무협상을 거쳐 구체화한 쟁점들을 하나씩 협상 테이블에 올려 서로 입장을 더욱 세밀하게 확인해나가며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미국 측은 기본적으로 한미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목표로 내세우고 대(對)한국 관세 조정을 해주려면 한국이 미국 상품 구매를 확대해 균형 무역을 도모하는 한편 자국 상품·서비스 수입을 제약하는 수입 소고기 월령제 규제나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 같은 '무역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은 타국과 달리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상호 관세가 사실상 없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추구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상호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된 철강, 자동차 등 품목 관세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설득에 나섰다. 아울러 미국이 주장하는 '비관세 장벽' 이슈와 관련해서도 정보기술(IT), 제조업 등 분야에서는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전향적 논의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소고기 등 농산물 분야에서는 한국이 이미 미국의 최대 소고기 수입국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오해 불식' 노력도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제기하기도 하고 우리가 반박하며 새 제안을 하기도 했다. 양방향의 치열한 협상이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비관세 장벽에 사실 소고기나 농업은 우리가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협상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모든 것을 다 반영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 정부가 농산물과 관련한 '현상 변경'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전반적으로 이번 협상에서 그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주장했던 다수의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쏟아내듯 요구하면서 한국 측이 특히 농산물과 디지털 분야에서 구체적 행동에 나서 달라는 요구를 강하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한미 관세 협상의 본류에는 들지 않지만 이번 고위급 협상 계기에 미국 백악관이 직접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관심을 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의 한국 참여를 요청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차르'인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 겸 내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여 본부장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간 에너지 협력, 특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 정보를 듣고 논의했다"며 "미국에 여러 에너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현재 미 대통령이 직접 특정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알래스카 프로젝트 하나다 이런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최근 주요국과 협상 시한을 9월까지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당초 7월 8일로 예고된 협상 시한이 다소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미국이 모든 국가를 상대로 협상 시한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자국 입장에서 선호하는 제안을 들고 온 '선의 협상국'만 선별적으로 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 의도적인 협상 지연으로 오해받을 행동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정부 협상팀의 인식이다. 따라서 7월 8일 협상 시한이 한 차례 연장되더라도 우선 7월이 한미 관세 협상의 주요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 측의 요구가 구체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드리운 미국의 관세를 철폐하거나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 사항 중 어느 것을 수용하고, 어떤 것은 지킬지에 관한 정부 최고위급 차원 결단의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5%의 국가별 상호관세부터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를 철폐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미국의 요구가 있는 농산물부터 IT, 제조업 분야에 이르는 여러 이슈 하나하나를 둘러싸고 국내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견해차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일부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설득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사업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같은 문제는 대통령 수준의 결단 영역이라는 지적이 많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본격 협상 국면으로 전환돼 미국과 한국이 본격적인 주고받기 이익 균형 찾기를 시작한 모습"이라며 "7월이 되면 어느 정도 우리가 제시할 카드가 결정되고, 대통령의 결심 후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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