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과 은값이 지정학적 위기를 등에 업고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슈퍼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약세를 면치 못하며 전통 안전자산과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봉쇄 조치 등 글로벌 긴장감이 고조되자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대신 확실한 실물 안전자산인 금과 은으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키는 모양새다.
12월 23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5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25% 하락한 8만 7,588.31달러를 기록하며 8만 8,000달러 지지선을 내줬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역시 전일 대비 2.27% 줄어든 2조 9,600억 달러로 위축됐으며, 시장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29점까지 떨어져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포(Fear)' 단계에 깊숙이 진입했음을 알렸다.
반면 전통 안전자산 시장은 그야말로 불을 뿜고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4,497.74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은 현물 가격 역시 온스당 69.99달러를 기록하며 7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미국이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봉쇄 조치를 단행하고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전쟁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자금이 실물 자산으로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이번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비트코인 역시 금과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 시장은 비트코인을 기술주와 유사한 위험자산으로 인식하여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금값이 올해 들어 70% 가까이 폭등하는 동안 비트코인이 횡보 합세를 보이는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디지털 자산보다는 전통적인 헤지 수단을 선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수급 불균형도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16을 기록하며 여전히 비트코인 위주의 장세임을 나타냈으나, 비트코인마저 힘을 쓰지 못하자 이더리움(ETH)이 2.46% 하락하는 등 알트코인 전반이 더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비트코인 도미넌스(시장 점유율)가 높은 상황에서 대장주의 조정은 시장 전체의 유동성 고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향후 전망은 비트코인이 8만 7,000달러 지지선을 지켜낼 수 있는지에 달렸다. 시장 분석가들은 금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고 위험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야 비트코인이 다시 9만 달러 탈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골드만삭스가 내년 금값 전망치를 4,900달러로 제시하는 등 실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암호화폐 시장은 거시경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살얼음판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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