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해 본격적인 지상전에 나서자 세계 경제는 확전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1973년 '오일 쇼크'가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쟁이 주변국으로까지 번질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우위를 보이면서 아직 패닉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분쟁의 국제화, 1973년의 시나리오에 매우 가깝게 만들 것"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그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공습, 지상군 투입, 새 안보 체제 구축 등 3단계로 치르겠다고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로 해석됐다.
중동에서 충돌 확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정세 불안정성이 확대할 우려를 한층 키우고 있다.
특히 시장은 이번 전쟁이 이란 등 주변국으로까지 확대돼 국제유가 급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고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전 세계 하루 해상 석유 수출량의 37%가 이동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2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15% 줄이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0.4%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급등은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물가 상승 억제와 연착륙을 동시에 노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들에 큰 골칫거리가 된다.
1973년 '오일 쇼크'가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랍 산유국들이 당시 중동 전쟁 때 석유 무기화 정책을 실행하자 석유 공급 부족과 유가 상승으로 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빠졌다.
1970년대 10% 안팎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한국도 2차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198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투자은행 ING의 프란시스코 퀸타나 투자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분쟁의 국제화는 우리를 1973년의 시나리오에 매우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유가 하락 반전…亞증시 혼조세
투자자들은 확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현재 패닉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TA-35 지수는 지상전 개시 발표 다음날인 29일 1.33% 상승한 채 마감해 3거래일 연속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TA-35 지수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전쟁을 선포한 뒤 11% 하락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27일 투자 메모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올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11%(계절조정치)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증시도 각각 1% 미만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에 이집트와 쿠웨이트 증시는 각각 0.8%, 2.5% 내렸다.
국제유가는 뉴욕거래소에서는 상승했지만, 아시아 거래에서는 배럴당 89달러대에 머물며 전 거래일에 비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이 당초 공언보다 더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전쟁이 계속 억제된 채 수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키운 점을 하락 전환의 배경으로 꼽았다.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0.19%)와 대만 자취안지수(0.17%), 홍콩 항셍지수(2.08%)가 상승하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2.04%),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0.99%)와 선전성분지수(1.82%) 등 증국 증시도 오름세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 -0.90%)와 호주 S&P/ASX 200 지수(-0.57%)는 약세다.
앞서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S&P500은 각각 1.12%와 0.48% 하락 마감했지만, 나스닥지수는 0.38% 올랐다.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달 중순 13에서 21로 오르긴 했지만, 지방은행 위기가 확산한 지난 3월의 27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가베컬리서치의 톰 홀랜드와 셰옌메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만큼, 예를 들어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고 안전자산으로 대규모 자금이 몰릴 정도로 심각한 확전은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에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대응을 경고하면서도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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